사석에서는 몇번 얘기했지만, 이래뵈도 나는 중고등학교를 통틀어, 이른바 "빵셔틀" 이었다. 운동을 안한것도 아니었지만 누구와 맞서서 싸운다는것 자체가 그 당시의 내 심성에는 맞지 않았다.
힘이 있는 아이들이 시키면 그대로 따랐고 광대처럼 웃고 한대씩 뒤통수를 맞으면 그냥 끝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 정신의 어딘가가 고칠 수 없을정도로 망가지는것도 알지 못한채 그렇게 망가졌었다.
이러한 괴롭힘은 고3때 싸움같지도 않은 폭력사태로 내 코뼈가 부러졌을때까지 계속되었다. 다행히 공부는 못했어도 크게 모난점없이 인사성이 밝았던 덕분에 나는 선생님들에게 그때서야 겨우 보호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시작된 관심은 고3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내 남은 1년도 안되는 시간을 그럭저럭 무탈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내 인생의 첫 물리적 싸움은 대학교를 들어가고 나서였다. 한끼에 8끼를 먹으며 살았던 대학교 생활은 내 덩치를 짧은 시간안에 키웠고 첫 폭력은 술김에 걸려온 시비에 지고싶지 않았던 작은 분노였었다. 그 별것도 아니었던 사소한 싸움은 이후 문제에 대응하는 나의 자세를 180도 바꿔놓았다.
대학교에서 나는 생각보다는 볼품없는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때쯤 살고있는 동네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물리적인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물런 지금보다 훨씬 더 거칠것이 없었던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했다.
이후로 군대를 갈때까지 나는 걸려오는 시비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단 한번도" 그냥 넘긴적이 없었다. 내 자존심이 녹아내렸던걸 더이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듯 쌈닭이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로 나이조차 가리지 않고 교수와도 뒤를 생각하지 않고 싸웠다. 매 순간 진심이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다 "나았다" 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걸려오는 시비는 피하지 않는다. 그리 영리해 지지도 않았다. 다만 이전보다 혹시라도 틀려지게 보인다면 그건 경험에 의한 용납의 범주가 좀 더 넓어진 정도겠지.
여전히 나는 그런 경우에 대해 왜 타협해야 하는지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만큼은 충분히 강하며, 남에게 불필요한 시비를 걸지도 않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럭저럭" 합리적인 사람이다. 굳이 불의에 져야할 이유를 알지 못하며 계산을 잊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 이 만화를 봤을때, 나는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더 틀려졌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건.. 나와 비슷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이면 공감할까 싶기도 하다.
하긴... 경험했다고 해서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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